신호로 잠깐 멈춰 서 있는 택시 안에서 우연히 창 밖으로 아래 사진과 같은 안내판을 보았다.
누군가에게는 길가의 흔한 공사 안내일 것이지만 (과거의 나 역시 포함) 최근 들어 더더욱, 회사에서 데이터로 해결하고, 데이터 드리븐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던터라, 나의 머릿 속에는 순간 이런 생각이 스쳐갔다.
2021년 교통사고 잦은곳 개선사업입니다.
'뭐야, 별 거 있나! 저게 데이터 드리븐이잖아?'
서울시, 서초구청, 거기에서도 도로과에서 사용할 수 있는 예산과 연간 사업계획은 한정적일 것이다. 매년 도로과에서 시행하는 여러가지 사업 중, 일정 할당량이 기존에 있는 교통 환경을 개선하는 일이라면 이왕 돈을 들여 반 년 동안 하는 사업이 더 의미있는 투자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의사결정을 해야 도로과의 고객이기도 한 운전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걸까?
개선이 필요하다는 건 뭔가 정상적으로 잘 돌아가고 있지 않다는 거다. 도로 위에서 문제가 되는 것 중 하나는? 바로 교통사고. 하지만 슬프게도 교통사고는 어디에서든, 많이 난다. 맘 같아서는 그 환경을 모두 개선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으니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도로 정비는 도시계획과도 맞물리는 일이기 때문에 마냥 운전자의 보이스만을 100% 고려하여 추진할 수 있는 사업도 아니다. 행정상 윗 단에 종속되어 있는 부분도 무시할 수 있다. 그렇다면 개선이 필요한 도로를 최대한 합리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기준은 무엇일까?
작년 한 해를 기준으로 교통사고가 잦게 발생하여
올해에도 잠재적으로 많은 운전자에게 위험이 될 수 있는 도로부터 고쳐 보자!
자치 행정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나도 잘 모르지만, 대략 위와 같은 흐름으로 의사결정이 된 것은 아닐까 추측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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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가 잦은곳을 개선 사업 대상으로 선정한 도로과의 접근처럼 프로덕트를 개선할 때도 마찬가지로 데이터를 적용하면 된다.
유저에게는 프로덕트의 어떤 점이 가장 문제일까? 우리 팀의 개발 리소스는 한정되어 있는데 어떤 것부터 고쳐야 유저가 좋아하고 더 잘 사용할까? 수 만 명(혹은 그 이상)의 유저가 사용하는 서비스를 운영하다 보면 하루에도 정말 방대한 양의 데이터가 쌓인다. 그렇기 때문에 프로덕트 메이커로서 데이터를 보는 것은 여러 면에서 굉장히 중요하다. 프로덕트의 문제를 해결하고 싶을 때 우선 순위 판단의 기준이 되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에 다다르게 할 수 있는 데이터가 무엇인지 알아볼 수 있거나, 비정형 속에서도 패턴을 찾아낼 수 있거나, 날 것의 데이터에서 현상을 해석하고 유저도 정의하지 못하는 문제를 먼저 정의해서 솔루션으로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막연히 생각하면 이게 너무 어렵게 느껴지고 막막하다.
빅데이터, 그로스 해킹, 데이터 드리븐... 데이터의 중요성을 더 각인시켜주는 여러 단어가 새로 정의되지만 사실 그 뜻을 이해하고 나면 그러한 접근 혹은 행태 자체는 완전 새로운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과연 도로과 공무원이 '요즘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이 핫하던데, 나도 데이터 드리븐으로 일하는 접근 방식을 가지자. 근데 데이터 분석하려면 나도 파이썬을 배워야 하나...' 라는 비장한 각오를 하고 이런 개선사업을 진행하게 된 것일까? 글쎄, 아닐 것이다. 최대한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고 싶은 인간으로서, 습득했고 혹은 습득할 수 있는 정보가 있다면 참고하려는 자연스러운 모든 전개가 이미 데이터 드리븐인 것이다.
(물론 어떤 용어로써 본격적으로 언급되는 데이터 드리븐은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한 사고이자 접근방식이다.)
우리 팀원들도 데이터로 뭔가를 해보고 싶어 하는 적극적인 열정과 관심을 가지고 있다. 여기서 PO인 나의 역할은 이런 관심을 일하는 방식으로 정착시키고, 데이터가 곧 조직의 언어가 될 수 있도록 환경과 마인드셋을 마련해주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고민과 노력을 하고 있는 요즘인데 데이터 드리븐이라는 게 뭔지 한 번 더 쉽게 비유할 수 있는 예시를 찾은 것 같다. 그리고 내가 어떤 데이터 드리븐 환경을 만들어가고 있는지, 어떻게 팀원들이 데이터 보는 습관을 가지게 하고 있는 지도 앞으로의 포스팅으로 기록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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