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시키지 않았지만 나 혼자 신경 쓰는 것들
언제인가 누군가의 모습이 더 보기 좋아 닮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언제인가 나의 고질적인 단점을 스스로 마주했었다. 언제인가 이미 잘 하고 있기에 더 지켜나가고 싶은 나의 노력을 상기했었다. 언제인가 내가 되고 싶은 이상을 떠올리고 그에 걸맞는 언행을 고민했었다.
아무도 시키지 않았지만, 언제인가부터 내 안에서 차오른 나 자신과의 약속 문장들을 붙잡고, 오래 보고 싶어 메모장 한 켠에 적기 시작했다. (사실 아이폰 메모장에 나와있다. 2023년 2월 6일이더라 ㅋㅋ) 대단한 포부같은 것도 아니고, 일상의 사소한 순간에서 찰나로 흘러 나올 수 있는 작은 태도들에 관하여 수집 중이다. 실제로 이 태도들을 실천하다 보면, 그 실천 끝에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의 모습으로 사람들이 봐준다.
사실 나는 꽤 오랫동안 행동의 범위가 커서 여기 저기 부딪히고, 깨뜨리고, 실수하는 사람이었는데 어느 날 누군가가 나에게 차분하고 꼼꼼하다고 말해줘서 놀란 적이 있다. 감사한 이유의 허들을 낮추고 더 많은 것들을 진심으로 감사하다 보니, '누리 씨는 감사하다는 표현을 잘 하네요'라고 생각도 못한 감탄을 해줘서 기분이 좋았다. 발화의 목적을 분명히 하고, 가볍지 않은 목소리로, 문장형의 말하는 습관을 들이니 '저, 실례합니다. 혹시 이 의자 남으시면 제가 가져다 써도 될까요? 감사합니다.' 라고 별 생각 없이 묻고 돌아온 내게 매우 정중하다는 칭찬을 해줘서 그것 또한 감사하다고 일기에 쓴 날이 있다.
사람이 쉽게 바뀌지 않고, 나이가 들 수록 그게 더 힘들다는 말에 공감한다. 하지만 동시에 나라는 사람의 지향점을 뾰족하게 다듬어 가는 꾸준한 시간의 힘도 믿는다. 흘려 보내는 찰나의 다짐으로 다루기 싫어서 명문화하여 주기적으로 들여다 봤는데, 이제는 더 나아가 다른 사람들도 볼 수 있는 곳에 옮김으로써 소소하게 선언(?)하는 의미도 부여해보려고 한다.
내가 만들어 가고 싶은 나의 모습.
last updated: 2024. 2. 14
- ’~인 것 같아요‘ 남발하지 않기
- 말 끝 흐리지 않고 문장형으로 마무리하기
- 의자 끄는 소리 내지 않기
- 엘레베이터 문 열리기 전부터 밀착하여 서 있지 않기
- 정확한 단어의 뜻 확인하고 사용하기
- 당류 확인하기
- 목소리 가볍고 가늘지 않게하기
- 인상 찌푸리지 않기
- 허겁지겁 서두르는 행동 하지 않기
- 여러 명이서 대화할 때 고루고루 시선 마주치기
- 미사여구 남발하지 않기
- 누군가에게 피드백 해야 하는 상황일 때, 긍정과 부정의 내용을 균형있게 챙기기
- 칭찬을 들었을 때 적극 수용하기
- 식당에 가서 티슈 마구 뽑지 말고 접어쓰기
- 조급함을 버리고 말 천천히 하기
- 낯선 어린이에게 존댓말 하기
- 기상 후 공복에 커피부터 마시지 않기
- 죄송하다는 말의 무게를 알고, 입버릇처럼 가볍게 다루지 않기
- 감사하다는 말의 허들을 낮추고, 말로써 생각을 주도하기
- 발화 목적을 분명히 하기
- 온화한 표정 짓기
- 입꼬리 가볍게 올리기
- 상대를 유형으로 대하지 않고 개인으로 대하기